글 / 송승섭(명지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)
정약용도서관 개관 소식에 그곳을 다녀왔다. 남양주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서 일반 도서관의 틀을 벗어난 복합 커뮤니티 ‘생활혁신 공간’으로 야심차게 준비했다고 한다. “다산 중앙로에 위치했고, 연면적 12,801㎡(대지면적 21,501㎡)에 지하 1층 ~지상 3층 규모로 전국 6번째로 규모가 큰 공공도서관으로 시청각 자료 14,564 점을 포함한 장서 223,397 권을 보유하고 있다”는 기사가 났다.
반가운 마음에 이곳저곳을 다녀 보았다. 공연장, 세미나실, 6개의 컨퍼런스 룸, 벽이 없는 개방형 자료실로 구성되어 있는데, 내가 본 가장 큰 특징도 역시 개방감이었다. 어린이 실은 2단, 성인 이용 자료실은 모두 4단의 서가를 사용했다. 나무색을 사용한 자연스러운 디자인으로 주변 가구, 공간 구성과 잘 어울리고 편안함을 준다.
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연결공간과 2층과 3층으로 연결되는 종합자료실 공간이 하이라이트다. 다양한 테이블과 독특한 소파, 반쯤 숨겨진 공간들이 조명과 함께 이색적이고 차별화된 이 도서관만의 개성을 보여준다. 이태원의 블루스퀘어 서점이나 다케오 도서관을 연상하게 한다.
특히 중앙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나누어지고 일자형의 길게 구성된 공간들이 단순해서 한 두 번 이용하면 도서관 이용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공간 이해력을 높인 것도 장점으로 보인다. 도서관 앞뒤의 공원 조성은 현재는 완벽하다고 볼 수 없지만 앞으로 기대할 만하다. 도서관 규모로 볼 때 크지는 않지만, 앞 공간이 주도로 방향에 있고, 도서관 뒤 공간도 철도와 연결되어 개방성이 높다.
‘코로나 19사태’라는 특수성과 아직 개관 초기라 많은 사람이 몰려서 현재로선 문제가 있지만, 평일 130대의 주차 공간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. 네델란드의 암스테르담 도서관을 주 모델로 했다는데 디자인 면에서는 두 도서관의 공통된 특징은 크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. 이용자에 대한 편의성과 고급 레스토랑 등 편의시설의 입점 정도일 것이다.
내가 답답하고 사실 화가 나는 것은 ‘정약용’이라는 이름 석자를 썼으면, 적어도 그를 기리는 특화도서관으로서의 준비도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. 그의 책을 전면에 내놓고 디스플레이 한 것 외에는 정약용 선생을 이해하고 그를 연구하고 기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.
물론 양수리 쪽에 정약용 생가도 복원되어 있고, 박물관 형태의 기념관도 있지만, ‘다산학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500여 권의 책을 낸 학문적 업적을 기리고 연구할 수 있는 바탕을 시립 공공도서관이 제공한다면, 이 또한 새로운 역사가 아닐까? 하는 의미에서 아쉬움이 크다.
이제 시작이다. 아직 이 도서관의 발전 가능성은 크다. 좀 더 짜임새 있는 장서 구성과 공간 활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. 새로운 도서관 탄생이 반갑기도 했지만 특히 정 .약 .용 . 이름 석자에 나처럼 달려간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. 축하하며, 도서관 이름의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을 그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.